”땅을 사고팔면서 부자가 된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가 시장경제체제하의 사유재산제를 지지하는 까닭은 노력과 기여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재화와 용역의 생산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으면서 공공이 만들어낸 가치를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독식하는 지금의 '지대사유화'는 진정 우리가 지키려고 하는 사유재산제의 적(敵)인 셈이다.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40일이 되었다. 가계자산의 80% 정도가 부동산인 우리나라에서 커다란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지대 개혁을 해내야 양극화 해소와 불평등 사회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하면서 더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였다. 반면, 8.2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당시 바른정당 대표였던 이혜훈 의원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고 하면서 정부를 비판하였다. 자칭 '시장주의자'들이 이 의원과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한 번 다루어 볼 만하다.
추미애 대표는 1950년 조봉암 선생이 추진했던 농지개혁에 버금가는 지대개혁이 오늘날 대한민국에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이 개혁으로 대한민국의 멈춰진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가장 위대한 도전'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추미애 대표의 이번 연설은 큰 의미를 갖는다. 추 대표는 한국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의 핵심에 지대 추구의 특권이 존재하며, 이를 그냥 두고는 소득주도 성장도 불가능함을 분명히 지적했다. '지대 추구의 덫'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것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
증세로 불평등을 해소하고 복지를 확대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극도로 불안하고 활력 없는 상태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미래가 자명한데도 여야 모두 진정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취하지 않으니 큰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슈퍼리치 과세는 세수 증가가 연 3.8조원밖에 안 되는, 그야말로 제스처 증세에 지나지 않는다. 세수 증가액으로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기초연금 연 10만원 인상' 소요 재원(연 4.6조원)조차 조달하지 못하니 말이다.
유시민이 '알쓸신잡' 경주편에서 황남길에 위치한 상가 땅값이 수십만원에서 불과 1년 사이에 천만원 이상 오른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두고 "인류 역사상 그걸 막을 방법은 없다"고 한 발언에 대해선 유감이다. 유시민이 소개한 헨리 조지가 부동산 투기를 종식할 해법을 '진보와 빈곤'에서 이미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헨리 조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생산성과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증진됨에도 불구하고 빈곤과 불평등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토지소유자들이 사회가 만든 부를 지대의 형식으로 수탈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헨리 조지는 토지소유자들이 부당하게 약탈하는 지대를 정부가 보유세로 환수하면 경제적 풍요와 자유와 실질적 평등이 구현될 거라고 봤다.
근본적으로는 토지 소유 동기를 약화시킬 필요가 있다. 보유세를 강화하거나 지대수입에 대한 조세를 강화하는 것도 그 방법이다. 19세기 경제학자 헨리 조지가 이미 내놓았던 아이디어다. 아이디어를 내고 땀을 흘린 이들보다 땅을 가진 이들에게 더 큰 보상을 하는 경제에는 성장도 혁신도 없다는 인식에서 나온 이야기다. 물론 이는 근본적 대책이고, 오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좀 더 가까운 정책은 국가가 토지를 소유하고 이를 공동체 문제 해결을 위해 잘 활용하는 것이다.